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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우리 집 막내 고양이 뭉치, 아픈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버려진 아기 고양이, 뭉치와의 첫 만남
우리 막내 고양이 뭉치는 참 특별한 인연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어요.
남편이 일하는 직장의 외부 화장실 쪽에서 어미 고양이가 뭉치를 버리고 간 걸 발견하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작고 말라붙은 채로 홀로 있던 뭉치를 본 남편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죠.
처음엔 임시로 보호만 하려고 했어요. 건강을 챙기고,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자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뭉치는 점점 우리 가족이 되었고, 이제는 당연하게 셋째 고양이로 자리 잡았답니다.
눈곱에서 시작된 병원행, 그리고 "빈혈 수치 6"이라는 충격
어느 날부터 뭉치 눈곱이 유난히 자주 끼더라고요.
그렇게 별생각 없이 병원에 데려갔는데, 선생님께서 뭉치의 잇몸을 보시더니
“잇몸이 너무 창백한데요… 빈혈이 의심돼요”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검사를 해보자고 하시기에 바로 진행했는데, 결과를 듣고는 할 말을 잃었어요.
보통 고양이의 빈혈 수치는 30, 아픈 아이들도 15~20은 된다고 하는데
우리 뭉치는 무려 6이었어요.
의사 선생님조차도
“이 수치로는 사실 치료의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언제 떠날지 모릅니다.”
라고 하셨어요. 2월이었어요. 그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그 아이는 아직 여기 있어요
믿기 어렵겠지만,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뭉치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요.
물론 하루하루가 평탄하진 않아요.
놀다 보면 갑자기 기운이 떨어져 쓰러질 때도 있고,
하루 종일 웅크리고 쉬기만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막내답게 장난기도 많고,
밥도 잘 먹고, 잠도 푹 자고,
무엇보다 우리를 보고 방긋 웃는 그 눈빛은 정말 살아있답니다.
뭉치와 함께하는 오늘 하루가, 정말 감사해요
가끔은 “이 아이를 계속 키워도 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어요.
하지만 뭉치와 함께하는 하루하루는
그 어떤 것보다 깊고, 다정하고, 소중해요.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몰라서 더 많이 껴안고, 더 자주 불러주고, 더 사랑하게 되어요.
아픈 고양이와 살아가는 일상은, 아프지만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오늘도 뭉치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정말 충분히 행복해요.